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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장편영화

[영화리뷰]한 발짝 물러나 보는 타인의 삶, 소피의 세계

<소피의 세계>  이제한 감독 2022.03.03.개봉

영화의 시작 소피의 블로그를 읽는 수영(김새벽)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2022 겨울 우연히 발견한 인왕산 에서의 사진, 소피의 블로그를 읽어보는 수영은 과거 회상에 잠긴다. 종구와 집 문제로 서로 원망하며 싸우고 서로 머리를 맞대며 당신만 있으면 돼 를 외치던 날을 떠올리며 지금에서야 덤덤한 표정으로 블로그를 읽어나간다. 

 

나무에 열린 감, 아파트 입구 공지사항 사소한 것들을 찍으며 블로그에 일상을 공유하는 소피는 북촌마을에서 주호 를 찾는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소피의 세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른 인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한발짝 물러나 보는 타인의 삶, 관객은 처음부터 인물과 거리를 두고 관람을 하게 된다.

 

핸드폰을 두고 나온 소피가 다시 집에 들어갔을 때 종구와 수영의 싸우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말을 모르는 소피는 그저 안 좋은 일이 부부에게 생겼다는 것만 인지한다. 그다음 날 종구는 수영을 위해 꽃을 선물하고 설거지를 같이하며 좀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피의 입장에서는 그저 지나가는 부부싸움일 뿐이지만 종구와 수영 에게는 세상이 한번 무너지고 그 무너진 세상 함께 잘 해내 보자 처럼 크게 느껴진다. 

 

집 보러온 고여사의 행패 뒤로하고 종구와 수영은 치킨과 맥주를 마시러 나간다. 치킨집에서는 한 부부가 크게 싸우고 있다. 언성이 높아지고 여자는 많이 울어 힘이 다 빠진 채 먼저 간 남자를 뒤따라 나간다. 치킨집 부부의 남자는 소피가 찾던 주호다. 하지만 주호와 소피가 만나 이자카야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을 때는 덤덤히 잘 지내고 있다 말한다. 소피 라는 다리를 거쳐 한 번 더 희석이 된다. 

인왕산 에서의 세사람(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소피의 북촌 여행 마지막 날 소피와 수영, 종구는 인왕산을 오른다. 인왕산 정상에서 그들이 마주한 풍경은 멀리 보이는 북촌마을 작은집, 손가락 끝으로 가리켜야 찾아볼 수 있는 작은집을 보며 수영과 종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부에게 가장 크게 닥친 집 문제, 인왕산을 오르고 나서야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걸까 종구 어머니의 수술 취소로 이사를 가진 않았지만 잠깐 종구가 강릉으로 이사해도 된다는 결심이 서게 된 계기가 되었던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영화의 끝엔 종구가 꽃을 사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수영과 종구는 2년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사과한다. 둘이 아무렇지 않게 탁자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즈음에는 관객들도 문득 자기삶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창문 넘어 보이는 인왕산이 아니어도 탁 트인 바다여도 괜찮다는 것을, 시간을 두고 보면 놓쳤던 것들이 보이게 되는데, 우리는 어째서 지금 마주한 순간 좁은 시야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까. <소피의 세계>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덤덤하게 풀어나가기에 그래서 아름다운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