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퍼 무비의 대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도둑들>, <암살>을 통해 쌍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아바타>(2009)와 극장을 나란히 했던 <전우치> 마저 700만을 기록했으니 한국 영화계 흥행 보증 감독이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빼어난 궤적을 그려온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에 돌아온 작품 <외계+인> 1부도 그 흥행 선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외계+인> 1부는 1690년 고려 말 신비한 힘을 가진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가둔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로봇이 탈옥수를 잡기 위해 시간의 문을 열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신검을 따라 현재와 과거의 시간대를 오가며 SF와 판타지 도사물을 결합해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분위기 속에서 코미디를 끌어낸다.
이제 앞 문단의 외계인을 요괴로 바꿔보자 감독의 전작 중 <전우치>와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요괴를 잡기 위해 미래로 간 전우치와 외계인을 잡기 위해 과거로 온 로봇,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의 첫 등장은 전우치의 등장신을 오마주 하며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코믹한 캐릭터는 신선 3인방을 연상시키고, 무륵의 고양이 조수 우왕과 좌왕은 초랭이(유해진)를 보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이 개봉한 지 10일이 지난 지금(7월 30일 토) 누적 관객수가 이제 갓 100만 명을 넘겼다. 이렇게 부진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은 지금까지 최동훈 감독이 안고왔던 리스크 -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 리스크를 줄여주던 캐릭터의 입체성을 부여하는 감독의 에어백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명확한 캐릭터가 내뱉는 짓궂은 대사는 영화가 끝나고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타짜>의 명대사 곽철용의 "묻고 더블로 가!" , 정마담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는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매체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의 강점인 서사를 멱살 잡듯 끌고 가는 살아있는 캐릭터는 <외계+인>에서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만 남길 뿐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방대한 서사를 위해 인물을 하나의 포석으로 사용한 듯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단지 도구로서 사용되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영화는 2시간 20분 가량의 긴 러닝타임을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동아줄 신검에만 의지하며 진행된다.
최동훈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자 약 400억 원이 투자된 올 여름 최고의 기대작인<외계+인>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기개 넘치는 VFX, 초호화 캐스팅에서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적 축복으로 적용할지 과욕이 부른 잔가지가 될지 흥미로운 비평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다. 기존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익숙해진 하드캐리 캐릭터를 찾는 이들에겐 다소 아쉬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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